이 집은 'Low Cost House series'의 네 번째 프로젝트이자 전라북도에서의 첫 번째 집이다.
정읍시에 위치한 이집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 아이가 거주하게 된다.
이 가족들은 무려 8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비닐하우스 집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화장실이 없고, 변변한 욕실이나 주방도 없었다.
그저 비닐하우스 안에 아버님이 만드신 합판으로 된 판자집이 있어, 그 단칸방에서 다섯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가족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만 갔고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안타까움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에서는 이 가족을 위한 집을 짓기로 결정하였고,
그렇게 해서 네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우선 집을 지을 땅을 마련해야 했다.
다행히도 비닐하우스가 세워져 있던 땅의 주인 할머니의 호의로 인접한100평 정도의 땅을 구입할 수 있었고,
여기에 새집을 신축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집을 새로 짓는 경우에는 언제나 공사비가 가장 큰 문제다.
앞서 완성한 장흥 프로젝트에서 컨테이너를 가지고 신축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신축이라는 부담감에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컨테이너를 택했는데, 결론적으로 건축주의 거부감이 컸고 실제 살면서도 만족도가 많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신축을 해야 하니 무조건 다른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BEFORE
↑ 비닐하우스에 살던 가족에게 30평이 넘는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
↑ 01 대지가 주변도로보다 높이가 낮아 약 60~80㎝ 정도 복토를 하는 토목공사를 진행하였다.
↑ 02 복토된 대지에 기초를 안정적으로 앉히기 위해 파일 역할을 해줄 드럼통을 땅에 심고 그 위에 기초공사를 한다.
↑ 03 목구조 부재들을 노출시키기 위해 골조공사 전 자재들을 모두 샌딩한다.
↑ 04 샌딩한 구조목들을 이용해 구조를 만든다. 구조가 노출되기 때문에 못이나 기타 위험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골조공사를 할 때 주의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 05 완성된 골조 바깥에 OSB 합판을 시공하고, 내부엔 가로블럭킹을 만들어서 구조역할도 하면서 선반의 역할도 할 수 있게 한다.
↑ 06 외부엔 OSB, 방수시트, 샌드위치패널 그리고 컬러강판 골형의 순서로 외장공사를 진행한다.
↑ 07 내부에선 마감이 필요한 벽체에만 석고보드를 두 겹 친다.
↑ 08 마지막으로 노출된 목조에는 친환경 바니쉬를 칠하고 도배 및 타일공사를 한 후 마무리했다.
↑ 정해진 공사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노출된 천장구조는 다락과 잘 어우러진다.
↑ 박공지붕을 선택한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넓은 다락 공간을 갖게 되었다.
결국 Low Cost House series에서 신축은 더더욱 공사비가 부담스러운 과제이다.
그래서 이번엔 일반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알려진 '조립식 패널주택'에서 고민을 시작하였다.
그 시공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는 경량철골로 골조를 세우고 단열을 위한 패널 벽체를 세우고 밖에는 원하는 외장재를 붙인다.
여기까지는 가장 간단한 방식의 시스템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부인데, 경량철골구조로 짓다보니 이를 마감하기 위해 다시 내부 벽체를 위한 구조(일명 상)를 세우고
거기에 판재인 보드를 치고 마감을 한다. 따져보니 이 공정에 들어가는 수고와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 구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았다. 경량철골조를 감추기 위한 마감공사가 필요하다면,
이 마감공사를 줄이기 위해 구조를 경량철골이 아닌 목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부를 마감하기 위한 공사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노출된 나무구조를 통해 인테리어가 필요없이 스터드 사이에 블록킹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납공간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집의 모양은 가장 효율적인 박공지붕 모양으로 했고, 외부마감재도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시공이 간단한 컬러강판 골형을 사용하였다. 모든 것은 저렴한 공사비에 최대한의 내부면적을 얻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결정되었다.
↑ PLAN-1F, ATTIC
↑ 완성된 내부 공간. 모든 것은 최대한의 면적을 얻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결정되었다.
↑ 경량철골이 아닌 목구조로 바꿔 마감공사를 줄이고 내부에 들어가는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 외부 마감재는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시공이 간단한 컬러강판 골형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공사였지만 역시나 다락을 포함해 30평이 넘는 집을 4천만원으로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토목공사를 포함한 부대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결국엔 공사비에 매우 쫓길 수밖에 없었다.
일부 추가된 비용을 재단에서 더 마련해 주었지만 분명 쉽지 않은 공사였다.
공사를 진행해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마지막에는 결국 공사비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고 부족한 게 많은 집이다. 다만 이 집을 짓기 위해 애쓴 어린이재단이나
정읍의 많은 이들의 노력은 모자람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그 책임감이 컸던 집이기도 하다.
부족하지만 기쁘게 받아준 건축주 가족에게 감사하며, 아이들과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라본다. <글 _ 원유민>
건축가 집단_ JYA-RCHITECTS
원유민, 조장희, 안현희 세 명의 파트너로 구성된 젊은 건축가 집단. 네덜란드의 사무소와 한국의 대형, 소규모 사무소에서 각기 다른 건축 환경을 경험해온 삼십대 초반의 세 명이 서로가 고민해오던 우리사회가 가진 많은 현상들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들을 공유하고 교합하여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2013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고 근작으로 강진산내들아동센터, Pavilion 마량, 벌교주택, 장흥주택, 부암동주택, 덕산 W-building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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